‘고립·은둔 청년, 서울에만 13만명’ 1월을 달군 헤드라인이다. 서울시는 1월18일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청년의 4.5%에 해당하는 약 12만9천명이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있다고 추정했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청년 인구에 대입하면 약 61만명에 이르는 수치라고 한다.
사회적 고립은 비단 청년층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1970년대부터 히키코모리 문제가 제기된 일본에서는 2019년부터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조사를 시작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 대응 정책은 주로 고독사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2019년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시작으로 부산, 전남, 전북 등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사회적 고립 가구나 고립 청년 지원을 위한 조례들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인천에서는 미추홀구가 2022년 10월17일 은둔형 외톨이 재활촉진 조례를 시행했고, 인천시의회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개념이 힐러리 코텀의 저서 ‘래디컬 헬프(Radical Help)’를 통해 널리 알려진 ‘관계 복지(relational welfare)’다. 코텀은 상호 호혜적 관계와 참여를 통한 혁신적 노인 돌봄 체계인 ‘서클(Circle)’의 사례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의존적인 수혜자로 만드는 관리 중심의 사회복지 체제에서 벗어나 관계 중심의 지역사회 돌봄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 도움’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이 서클 모델을 적용한 ‘서클인도봉(방학서클)’을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굳이 어떤 모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 사이의 연결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도움임을 복지현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인천에서도 갈산종합사회복지관의 이웃지기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관계 기반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 은둔한 이웃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려면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한 끈기 있는 기다림과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반가운 소식은 인천시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업 추진’을 시민제안공약에 포함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올해 인천시사회서비스원에서 수행하는 ‘인천시 고립청년 지원방안 연구’가 그 첫 단계다. 내년부터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라는 든든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고립·은둔 시민을 위한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출처 : 경기일보(https://www.kyeonggi.com/article/20230213580326)